필사를 통해서 좀더 명확하게 공부 및 정리 하기
당시 나는 교보증권 압구정지점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증권 전문가인 나를 믿고 자산운용을 맡겼던 고객들과 지인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나는 증권사의 직원이었고 고객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모든 투자는 항상 손실이 이러날수 있다. 엄밀하게 따지면 물어줄 의무는 없다. 시장 전체가 폭락의 늪으로 빠져들었으니 내 잘못만은 아니다. 하지만 도의적 책임, 미안함과 죄책감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내가 고객계좌를 관리 했으니까.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했다.
또 주변을 서운하지 않게 해야 나중에 내가 돈을 벌어도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불효를 하고 말았다.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을 팔아 고객들의 손실을 보전해주었다. 절말 기쁘게 사드린 집이었는데,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다 정리하고 시흥동 변두리 아파트를 월세로 얻었다. 남은 돈이 그 정도밖에 없었다.
투자연구소와 증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까지 나는 주식의 원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과도한 레러리지는 금물이다.' '주식은 좋은 기업에 장기투자를 해야한다.' 이렇게 당연한 상식의 힘을 그때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듣기 좋은 말일뿐 현실과는 동떨어진 격언이라고 여겼다. 지독한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야 주식투자의 본질을 깨달았다. 비로소 '초보 주식농부'가 된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이전까지는 사냥하듯이 주식투자를 했다. 백수의 왕이라는 사자의 사냥 성공률도 20~30%에 불과하다. 사자는 그렇게만 해도 그럭저럭 생명을 유지할수 있다. 하지만 주식투자에서는 다르다. 사냥하듯이 목표를 수시로 바꿔가면서 그것도 과도한 레버리지와 단기투자의 방식으로 하면 열번 잘해도 단한번의 실패로 자산이 다 날아갈수 있다.
사냥꾼과 달리 농부는 씨앗을 뿌린다. 김을 메고 해충을 잡는다. 꽃이 피고 진 다음에 열매가 열리면 그것을 수확한다. 사냥꾼은 운이좋으면 산에 들어가자마자 값나가는 짐승을 잡을 수도 있지만 농사꾼은 항상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대신 사냥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다.
주식 농부가 관리해야할 농작물은 기업이다. 농부가 볍씨를 뿌리고 모내기를 하고 물을 대고 잡초를 뽑고 해충을 잡듯이 주식농부는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종잣돈을 뿌리고 기업현장을 방문하고 경영자를 만나고 소통한다. 농부는 다른 논은 몰라도 자기 논에서 기르는 작물들의 상태는 손바닥 보듯이 훤히 안다. 농부가 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보면 올 가을의 수확량을 짐작살수 있듯이 주식농부도 기업활동을 꾸준히 지켜보면 몇년 후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것인지 예상할수 있다.
주식농부가 되기로 한 후 첫번째 기회가 왔다. 2001년 9.11 테러 때였다. 전세계가 공포에 빠졌고 주가도 단기간에 20~30%씩 떨어졌다. 외환위기 때도 바닥을 모르던 주가가 이후 회복이 되었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 삼성투자증권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때 적기라고 판단하고 개인 전업투자자로 나섰다. 사냥꾼 처럼 생각했다면 지금은 시장이 극도로불안정해서 사냥감을 찾을 시기가 아니니 그냥 집에서 놀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싼값에 좋은 주식의 씨앗들을 사놓고 6개월 정도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모두 알듯이 주가는 회복이 되었다. 내가 산 주식들 대부분이 2배 내지는 3배까지 뒤었다. IMF 사태 때의 쓰라린 경험이 약이 되었던 셈이다. 농부의 마음으로주식투자를 한다는 것은 어수룩해보이고 미련해 보일수 있지만, 결국 그것이 나를 부농으로 만들어주었다.
'만물정관재자득 사시가흥여인동' 중국 북송의 유학자 정호의 추일우성 이란 시의 한 구절이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시구인데 "만물을 고요히 바라보면 스스로 얻을 것이요, 사게절의 아름다운 홍취를 남들과 함께 한다'라는 뜻이다.
만물정관개자득 .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그 이치와 흐름을 저절로 알게된다. 사람의 얼굴도 고요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수 있다. 주식도 욕심이나 불안에 흔를리지 않고 기업을 고요히 바라보고 소통하면 어떻게 가고 있는지 보인다.
사시가홍여인동 . 농부는 혼자만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내 밭에 오이가 많이 열리면 팔기도 하지만 이웃과 나눈다. 내 집에서 오이가 담을 넘어가면 저 집에서는 김치라도 담아서 보낸다. 그것이 농부의 마음이다.
나는 그런 것들이 좋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서 살고 싶다. 지금까지 주식 농사를 지으면서 과실까지 따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항상 꽃이 폈을때 팔았다. 내가 지은 농사, 내 동업자들이 지은 농사의 결실을 나만 먹고자 하지 않았다. 내가 최초에 목표로 했던 주가에 이르면 팔고 나왔다. 대부분 그 이후에 주가는 더 올랐다. 무릅에서 사서 어깨에 팔라는 격언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내가 동행한 기업이 애물단지가 되는걸 원치 않는다. 가능하면 같이 수익을 나누고 함께 홍취를 즐겼으면 한다.
주식 사냥꾼에서 주식농부로 살아온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나는 독자들이 나의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바란다. 굳이 실패했던 길로 꾸역 꾸역 갈 필요가 있는가. 주식사냥은 너무 위험하고 불안한 방식이다. 말이 투자이지 사실은 투기이다.
농부가 농작물에 애정을 가지고 땅을 소중히 여기듯 . 기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동행하면서 소통을 하면 누구나 주식 부농이 될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씨앗을 찾고 가꾸고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것. 이렇게 당연한 상식이 내가 30년 넘게 주식시장에서 이하면서 깨달은 '주식투자의 왕도'다.
-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책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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